챗 GPT
챗GPT(ChatGPT)의 약진이 너무도 놀랍다. 작년 11월 30일에 서비스를 시작한 대화형 인공지능(Conversational AI) 서비스인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넘어서면서 넷플릭스 41개월, 페이스북 10개월, 인스타그램이 2달 반이 걸린 100만 사용자 고지를 이전의 어떤 인터넷 서비스보다 빠르게 성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제 7년 된 400명 규모의 작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오픈AI(OpenAI)의 작품이다.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로 인해 마치 트위터 출시 초창기처럼 수시로 서비스가 멈추는 요즈음 보기 드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보통은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나오면, 길어야 한 일주일동안 화제에 오르다가 다른 소식에 의해 잊히는데, 이 서비스는 지난 50일 동안 거의 매일 뉴스를 만들고 있다. 사용해본 사람들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정확하고, 자세하며,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미려한 문장, 너무도 다양한 기능에 놀라면서도 엄청난 성능에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작년 말 오픈AI 회사 가치는 24조원에서 35조원으로 불어났다.
7년 전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선보인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세계 바둑 2위인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으나, 아직 인공지능은 거대 기술기업만의 리그다. 넷플릭스,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추천 소프트웨어로 매출을 올리고, 스마트폰 업체는 사진을 선명하게 보정하는 데 사용했지만, 일반인들은 인공지능의 존재를 막연히 두려워할 뿐, 체감하는 경험을 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일반인들이 직접 소통하고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필요에 사용할 수 있는 AGI(인공일반지능)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특정 목적을 위해서 동작하는 제한적 인공지능만 가능하다고 믿었고, 범용성을 가진 AGI는 오랫동안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심지어 챗GPT의 전신인 GPT-3(3세대 GPT, 2020년 6월 출시)도 일반인이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고, 합성된 문장에서도 오류가 많아 금방 잊혔었다.
챗GPT 성공 요인은 접근성, 용이성, 맥락 인지
‘4세대(GPT-4)도 아닌 3.5세대 기술 챗GPT의 놀라운 성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뛰어난 기술을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서비스로 어떻게 구현했나’는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이 된다.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누구나 사용하기 쉽다(접근성, 용이성)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것에 뛰어난 친구에게 물어보듯 질문이나 요청을 웹페이지 창에 쓰면 된다. 그러면, 뛰어난 답을 해준다. 사용법을 공부할 필요도, 복잡한 동작원리를 이해할 필요도 없다. 글을 써주기도, 문장을 미려하게 고쳐주기도, 연애편지를 부탁할 수도 있다.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준다. 우측 상단에 친절하게 복사 버튼까지 있다. 쉽게 복사/붙임 버튼을 눌러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안 되는 것이 뭐야’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말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한다. 마술 같다. 아마도 200년 전 처음 카메라를 본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둘째는, 마치 사람이 쓴 것 같은 그래서 거부감이 없는 문장을 제공한다는 점이며 셋째는, 맥락을 인지하는(context-aware) 능력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런 대화형 인공지능을 11년 전부터 애플의 ‘시리’라는 소프트웨어로, 8년 전부터는 아마존의 ‘알렉사’라는 소프트웨어로 사용해왔다. 다만 이 서비스들은 그 사용처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
올해 아마존이 실시한 1만8000명에 달하는 해고에서 알렉사 부서가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말이 있다.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시리는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이전에 했던 대화의 맥락을 전혀 가져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매번 대화할 때마다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필요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대화만 가능하고, 대화를 여러 번 해도 관계가 깊어지거나 복잡한 업무의 수행이 불가능했다.
이에 반해 챗GPT는 이전에 사용자에게 말했던 것, 들었던 것을 기억하며 같은 맥락에서 대화를 이어 나간다. 예를 들면, 어떤 주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면, 장문의 글로 설명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간단히 “두 문장으로 줄여줘”라고 하면, 이전에 말했던 내용을 반복하지 않아도, 바로 대화를 수행한다. 사람의 대화와 닮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강력한 성능은 어떤 기술에서 나오는 것일까? 챗GPT의 GPT는 생성형 사전 훈련 트랜스포머(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다. 트랜스포머라는 기술을 사용해 대규모의 문서 기반으로 사전 훈련된 모델이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트랜스포머가 2017년 자연어 처리를 위해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지금 구글을 위협하는 기술이 됐다. 여기에 더해 오픈AI는 GPT에서 나온 여러 문장들을 평가해서 피드백을 제공, 모델의 성능 개선에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트랜스포머에 좋은 결과에 보상을 제공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더해서 강력한 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든 것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이를 사용하고 계속 피드백을 주면서, 매일 더 강력한 엔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UX, 교육 혁신 가져올 것
챗GPT는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첫째는 인터넷 검색의 혁신이다. 구글은 지난 25년 동안 인터넷 검색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터넷 검색은 검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정보가 있는 웹페이지를 찾아야 했고, 이를 제일 잘하는 것이 구글이었다. 검색을 한 후 검색 결과 중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열어보고, 그중 제일 좋은 웹페이지를 선택하고, 그다음에 이를 읽어서 정보를 추출하고, 내 용도에 맞게 정보를 다듬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이제 그냥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내 의도에 맞추어 답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많은 이들은 구글이 어떻게 이에 대응할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구글도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회사다. 그래서, 비슷한 혹은 더 나은 인공지능으로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문제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다. 이러한 대화형 서비스 사업 모델은 검색을 통해 웹페이지를 찾아주고, 이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수익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구글이 자신의 사업모델을 파괴하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거대 기술기업이 이를 하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코닥이 자사의 필름 사업을 지키며 신기술을 무시하다가 그 기술에 의해 사라졌고, 많은 버튼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성공한 블랙베리도 아이폰 같은 전화기를 만드는 것을 거부하다가 망했다. 기업용 서버의 강자였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오픈 아키텍처 PC(개인용 컴퓨터)의 발전을 무시하고, 자사의 운영체계, 하드웨어만 고집하다 사라졌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런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는 애플이었다. 아이폰이 아이팟을 죽일 것을 알면서 출시했고, 아이패드가 맥북 시장을 빼앗아 갈 것을 알면서도 출시했다. 과연 구글이 더 큰 성장을 위해 자신의 최고 제품을 죽일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둘째,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 혁신이다. 컴퓨터는 사람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나 사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컴퓨터에게 명령을 하는 방식을 쉽게 하는 혁신은 언제나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수반했다. 처음 PC가 출시된 70년대, 80년대에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을 채용했다. 이어 애플 매킨토시(1984)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995)가 나와 그래픽 메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발전돼 왔다.
이제는 사람에게 하듯 대화식 명령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7년 전 페이스북이 챗봇을 통해서 실현하고자 했던 비전이었는데, 당시 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 설계자의 의도를 벗어나면 여러 오류를 낳아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대화형 명령으로 소프트웨어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누구나 특별한 훈련 없이도 컴퓨터를 사용해 고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다양한 작업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처리할 수 있는 슈퍼앱의 출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침체된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믿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8년 전부터 대화형 인공지능에 힘을 기울였던 아마존은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술을 사용해 모든 제품에 새로운 경쟁력을 더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가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셋째는 지식노동, 교육 혁신이다. 이 기술은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물길을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첫째로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교육, 언론, 미디어 산업이다. 벌써 학생들이 이를 사용해서 리포트를 쓰거나, 숙제를 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하는 주(뉴욕주)도 나왔다. 어떻게 컴퓨터가 만든 문서인지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기술은 아주 다양한 문체로, 다양한 수준의 글솜씨를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만들기 때문이다. 많은 지식노동자, 특히 문서를 읽고 만드는 언론인, 미디어, 블로거, 교사, 학생, 프로그래머들은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에 도착한 느낌이 들 것이다. 테슬라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안드레 카파치(Andrej Karpathy)는 그가 작성하는 코드의 80퍼센트를 챗GPT 전신인 ‘GitHub Copilot’을 사용해서 작성한다고 올해 다보스 포럼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코딩을 하는 것이 비숙련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도 80%의 코드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그의 프로그래밍 생산성은 단순계산으로도 5배가 된다. 인공지능에 당하지 않도록 피해 갈 생각만 한다면 곤란하다. 이제는 어떻게 인공지능과 같이 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챗GPT가 가져온 인공지능의 혁명은 가히 PC 혁명,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에 비견할 만하다. 이러한 혁명은 지금의 초대형 기술기업의 시작이었고, 또 많은 대형 기업들을 가능케 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지금은 이 거대한 기술혁명의 시대에 어떻게 참여할지를 고민할 때다.